실리콘밸리를 그리다

유호현, 김혜진, 박정리, 송창걸, 이종호 저
평점:★★★☆☆


book_img<실리콘밸리를 그리다 표지 디자인>

이사님의 추천

내 책장을 보면 기술서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고전 인문, 철학 서적으로 채워져있다. 이런 내가 최근들어 평소 조직, 문화, 사업, 리더쉽에 관한 이야기들을 주로 읽기 시작했고 심지어 좋아하기 시작했다.

이런 책들을 읽게된 계기는 회사 이사님께서 제공해주신 파워풀을 읽고나서 시작된다. 파워풀은 넷플릭스의 최고인재책임자였던 패티 맥코드가 쓴 책으로 넷플릭스의 높은 성과를 내는 기업 철학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 책은 내게 조직 문화에 관련해서 생각할 거리를 주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바라는 인재상에 대해 읽어가면서 현재 개발자인 위치에서 나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이를 계기로 이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또 한권의 책을 지원 받은게 ‘실리콘 밸리를 그리다’라는 책이다.

실리콘밸리는 내게 이상적인 곳

실리콘밸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만 지역 남부를 말한다. 첨단 기술이 즐비하기 이전 실리콘 칩 제조회사들이 많이 모여있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실리콘밸리는 나에게 이상적인 곳이다. 무서운 속도로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이러한 기술들은 전세계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술만이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 문화, 라이프, 철학 등을 많은 기업이 모방하고 있으며, 이러한 모방은 우리의 삶에도 적지않게 영향을 주고 있다. 이렇게 변화의 중심에 서있는 실리콘밸리는 내겐 정말 멋진곳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전략

과거 많은 기업들이 관료주의적인 기업 쳬계를 형성했다. 이 문화는 빠른 의사결정과 결단력이 생산력을 높여주었다. 생산력은 과거 산업구조에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였기 때문에 이런 기업체계는 필수적이였다. 그리고 현재에도 많은 기업들이 산업 특성에 따라 이런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는 창의성과 혁신성이 매우 중요한 산업이 즐비해있다. 창의성과 혁신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것은 다양한 사고방식이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혁신을 위해 문화를 개편하고 인재를 모으기 시작했다. 다양한 사고는 실력있는 인재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나는 실리콘밸리의 인재를 모으기위한 전략을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전략’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왜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전략일까?

첫번째, 저자의 경험을 빌려 말하면 첫 팀 매니저와의 대화에서 매니저의 첫 질문은 “Are you happy?”이다. 그리고 미팅은 종종 이 질문을 시작으로 한다. 그리고 이 질문을 시작으로 업무, 생활, 개인사 등 서스름없이 털어 놓고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지 의논한다. 직원의 행복에 관심을 가지고 불행의 본질을 찾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팀매니저와의 미팅이다. 대부분의 매니저들의 업무는 하루에 대부분을 미팅으로 보낼 정도로 직원의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팀원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증거다.

두번째, 워라벨이다. 억대연봉을 주는 기업에서도 워라벨을 중요하게 여긴다. 출퇴근이 자유롭고 필요하다면 자유롭게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업무가 끝나는 시간 이후에는 가족과의 시간을 존중하고 지향하며 어느 누구도 개인 스케줄에 관여할 수 없다.

세번째, 실리콘밸리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모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조직내에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고 다양한 문화 내에서 창의적인 생각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기업들은 편견없이 의견을 존중하고 기회를 제공한다.

네번째, 복지다. 대표적으로 파격적인 출산휴가가 있다. 미국은 출산휴가가 없는 몇 안되는 나라중 하나임에도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출산휴가를 지향하고 그들의 출산휴가를 축하하는 분위기가 자리잡혀있다. 출산휴가 외에도 스톡옵션, 너그러운 휴가 시스템, 직원에 대한 투자, 사내 인프라 등 많은 복지들이 존재한다.

이렇게 내가 생각하는 대표적인 네가지를 살펴보면 기업문화가 직원의 편의에 매우 신경쓰는 것을 알 수 있다. 높은 급여와 삶의 질을 높여줌으로써 업무의 질을 높이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런 실리콘밸리의 시스템은 실력있는 인재를 확보하고, 직원 개개인의 성과를 끌어올려 회사의 이익을 창출한다. 실제로 기업들의 이런 문화가 인재 확보와 기업 성장에 기인한 것을 알리고 있고, 많은 기업들이 이를 모방하고 있는 것이 근거다.

이런 시스템에서 볼 수 있듯이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기업의 성장의 원동력을 직원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들의 행복과 삶의 질이 업무 성과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이해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실리콘밸리의 인재확보 경쟁은 치열하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기업보다 높은 급여, 좋은 복지, 편리한 근무환경 등 경쟁력있는 인사관리 시스템을 형성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이것을 나는 인재와 업무 성과를 확보하기 위한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전략’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물론 모든 실리콘밸리의 회사가 그런 것은 아니다. 팀쿡 이전의 애플만 봐도 회사 분위기는 굉장히 위계조직 성향이 강했다고 한다.)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 전략은 직원의 편의만 봐주는 비효율적인 시스템이 아니다. 기업은 투자가 있으면 이익이 있어야한다. 즉, 직원에게 투자했다면 얻는 이윤이 있어야 된다는 말이다.

실리콘밸리의 문화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직원의 재량이다. 직원은 능동적으로 움직여서 성과를 내야만한다. 미국의 고용법은 우리나라만큼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성과가 없는 직원을 비교적 쉽게 해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를 예로들면 팀내에 속도에 맞추지 못하는 직원에게는 2번의 경고를 주고 개선이 없다면 해고한다. 손해가 나는 곳은 빠르게 수정하는 것이다.

다행인건 경고를 받은 직원에게 문제 해결을 도와주려 직원에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직원의 무능함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 조직에 맞지 않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이직을 적극 지원해주는 인사관리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역할 조직 문화는 내게는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의 조직특성을 역할조직이라고 한다. 의사 결정이 관료주의적(수직적)인 업무 시스템과 다르게 수평적인 시스템이다.

이 두 문화의 특성을 세밀하게 나누면 비교할 것이 많지만 가장 대표적이라고 생각드는 것은 의사결정 시스템과 업무의 형태이라고 생각한다. 역할조직에서의 의사결정 방법, 업무의 형태는 실제로 내가 근래에 겪언던 변화이기 때문에 더 강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위계조직에서의 결정권은 수직적으로 직급의 단계를 거쳐 이루어지지만, 수평조직에서는 각 역할에서 결정하고 이미 결정된 부분을 아무리 CEO라 할지라도 독자적으로 수정할 수 없다. 그리고 위계 조직에서의 특정 직급에 집중된 회의문화와 다르게 의견이 논리적인 타당성만 있다면 신입이라 할지라도 의견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의견이 수렴될 수 있는 구조다.

그리고 역할조직의 업무 형태는 각 역할에 대한 존중성으로 업무의 강압이 없고 그들의 업무 성향을 이해하고 자율성이 보장된다. 직원을 평가하는 건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아닌 오로지 성과다.

나는 이런 문화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윤을 경험으로 느꼈다. 현재 내가 글을 쓰는 시점에 다니고 있는 회사는 역할조직의 문화와 위계조직의 문화가 잘 융화돼있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현 회사에서 우리팀은 회의때 각자의 진행사항을 공유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다. 그리고 그 의견에 대해 자유롭게 반대의사를 내기도 하고 지지의사를 내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결정된 사안에대해 누군가 독자적으로 결정을 바꿀 수 없다. 직급이 어떻게 되든 논리적으로 의견에서 더 나은 이윤을 제시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내 업무에 대한 강요가 없다. 나의 성향에 최적화되어 있는 환경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어려움이 있으면 빠르게 개선해준다. 그 누구도 나에게 강요하지 않고 내 행동의 주체를 나로써 존중해줄 뿐이다.

처음에는 이전에 다녔던 위계조직 성향이 강한 회사들의 영향 때문인지 ‘이렇게 진행해도 괜찮을까?, 팀장님이 기분이 안좋으신 것 같은데?’라는 걱정이 먼저 들어서 불안하고 집중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나의 업무에 대한 강요 없이 나의 업무스타일을 존중하고 지켜봐주는 문화가 불편하기까지 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될 회의시간에 윗사람을 의식하여 내 의견을 표출하지 못하고, 업무의 주체가 내가 되었을때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이 되있던 것이다.

객관적으로 봤을때 이런 직원은 불필요하다는 생각에 나 스스로를 비참하게 바라봤다. 더욱 비참했던건 과거에는 윗사람의 기분을 살피고, 시키는 일에 충실하게 했을때 인정받을 수 있었고 나 스스로도 그런 내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 현재는 팀 문화에 적응하였고 이런 시스템의 힘을 느끼고 있다.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누구도 반대 의견에 기분나빠하지 않고 논리적 타당성만 제시할 수 있다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졌다. 그리고 이런 의견이 자유로운 문화 덕분에 내 의견에 대한 좀 더 신중한 논리적 접근이 가능했고, 이런 접근은 변화는 내 업무의 실수를 줄여주고 있다.

그리고 자율적인 업무환경은 내 업무를 나의 역량으로써 객관성있게 바라보게 되었고, 이런 변화는 효율적인 업무방식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내 업무의 책임감을 가지고 더 나은 성과를 내기위해 자기개발을 멈추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업무의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것은 처음엔 내게 불안감과 방황함을 주었지만, 이제는 나의 성장에 필요한 윤활류와 같이 멈추지 않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과거의 위계조직과 현재의 역할조직 문화의 경험 때문이였을까? 나는 역할조직이 매우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느낌뿐만 아니라 현재 변화를 느끼고 있다.

변화를 느꼈음에도 여전히 어려운 점이 남아 있었다. 나는 역할조직 내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생각해봐야 했다. 꾸준한 능동성과 부지런함을 요구하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 때문에 작가가 말하는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도입을 고려해보아야 할때’라는 조심스러운 메세지에 대한 생각보다는 역할 조직내에서 나의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하나의 미션

파격적인 복지와 자율성, 수평적인 업무환경은 직원의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건 이 긍정적인 부분은 꼭 회사의 성과에 기인해야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부분을 항상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부지런히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모든일이 그렇듯 때로는 지치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방향을 못잡을 때가 있다. 방황은 책임이 필요한 역할조직 문화에서는 위험하다. 나는 어떻게 대비해야할까?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직원들을 움직일 수 있는건 하나의 미션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하나의 미션을 공유하기 위해 그들의 솔직한 소통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나의 미션이 공유되었을때 직원은 기업에 대해 소유의식을 느끼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미션이라는 것은 나의 고민에 큰 도움을 주었다. 나를 돌아봤을때 나는 하나의 미션을 통해 소속감을 느끼고 있었고, 그런 소속감은 나의 책임감으로 나타나 나를 전진하게할 수 있는 연료가 되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하나의 미션을 수행해 나가면서 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고민을 통해 얻은 성취는 왜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하나의 미션을 강조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해했을때 내 업무에 대한 시각은 달라졌다. 내 업무 파트뿐만 아니라 하나의 미션을 기준으로 전체적인 흐름을 보려고 하는 변화된 나를 볼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하나의 미션을 내 업무 철학에 이 문구를 포함하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소속되어 있는 조직의 미션을 깊이 새기기로 했다.

마무리하며

평소 독서 스타일은 저자의 메세지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비판에 대한 근거적 논리와 타당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을 때는 평소보다 더 냉정하게 생각했다. 이유는 실리콘밸리의 들어나지 않은 거부감이 들만한 무언가를 찾고 싶었다. 살인적인 집값을 제외하고 말이다.

하지만 내 의도와는 달리 실리콘밸리의 이상적인 문화가 생겨난 이유와 이 문화가 기업혁신에 어떻게 기여했는지에 대한 논리적 근거만 깊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비판의 대상이 실리콘밸리가 아닌 엉뚱한 나에게 집중되었다. 의도와 달라서일까? 책에대한 고마움과 실망감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저자는 실리콘밸리의 문화에 대해서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앞으로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조심스러운 메세지를 남긴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보여지는 글에 남기고 싶지 않았다. 정치적인 논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부분이고, 또한 나는 아직 파릇파릇한 주니어 개발자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에헴..)

그래도 혼자 스스로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있다. 누군가 이 책을 읽는다면 작가의 메세지를 꼭 한번 심도있게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이부분을 생각하면서 많은 사업 운영에 대한 많은 논리구조를 그려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역할조직에서 나와 역할조직이 낯선 문제를 겪고있는 사람이 있다면 하나의 미션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분명 그 하나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적지않게 놀랄것이다. 그리고 나처럼 역할조직내의 내 가치를 조금씩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